#타르
“음악을 지휘하려면 작곡가를 존중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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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타르, 2023
IMDb: 7.4/10
yuntomato: 8/10
쿠키 영상: X
보러 가기: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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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에서 연주 내내 주인공인 악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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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세계적인 지휘자 ‘리디아 타르'.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삶과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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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케이트 블란쳇' 배우와 ‘타르' 캐릭터가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녀를 다양한 영화에서 마주쳤지만 <캐롤>을 보면서 그 이후론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선 그녀밖에 안 보이더군요.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캐릭터를 정말 매력 있게 살려내는 배우입니다. 배우가 생각나기 이전에 캐릭터가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라 한국에서 이병헌의 느낌이라 생각됩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녀의 명연기가 <타르>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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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들었던 연기는 그녀가 굉장히 오만하게 행동하다 첼리스트 ‘올가’를 만나고 그녀에게 집착(?)하는 연기가 좋았습니다. 뭐랄까... 세상 모든 게 내 마음대로 흘러가서 재미를 못 느끼다가 자신에게 쩔쩔매지 않는 그런 모습에 ‘올가'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단순히 호기심보다는 ‘타르'가 동성애자인 만큼 끌림의 감정도 있었겠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딱딱하고, 매정하던 사람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유해집니다. 이에 주변에서는 그녀에게 큰 실망감을 보이면서 떠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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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한때 힘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들의 힘이 하나씩 약해지는 설정이 재밌었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권력을 잃어가는 설정말이죠. 단편적으로 ‘타르'의 삶을 통해서 볼 수 있습니다. 마에스트로로서의 커리어는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유치한(?) 증오의 마음이 결국 그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죠. ‘타르'말고도 그녀가 섬기던 스승 ‘안드리스'도 이제는 저무는 해가 됐죠. ‘세바스찬'이 ‘안드리스'의 영향력 덕분에 나름 부지휘자 위치를 고수했는데 나중에는 ‘안드리스'의 힘이 더 약해지면서 ‘타르'는 ‘세바스찬'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실력, 권력 등 뭐든지 영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타이밍 맞을 때 잠시 앉아가는 임시 휴식처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주목받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서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요. 저는 이 영화가 평생 주목받는 삶이 아니니까 교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 같습니다. 주변을 잘 챙기고 아낄 줄 알아야 벤치에 앉아있을 때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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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타르'는 퇴출당하고, 아시아로 넘어와서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걸 보면서 ‘타르'가 굉장히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예상했던 결말은 조용히 시골에서 은둔식으로 살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빠르게 아시아로 넘어가서 지휘자로 살아갑니다. 아시아에서 지휘자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도 먹고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느껴지면서도 정말 그녀는 ‘지휘'를 사랑하는 지휘자가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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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영화가 엄청 친절한 느낌은 아닙니다. 여러 사건이 동시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느낌이고, 묘하게 정신이 없습니다. ‘타르'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서 그런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정적인 영화이지만 동시에 산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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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
수업 도중에 한 학생이 바흐가 여성혐오적인 삶을 살아서 그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타르'가 반박하면서 그를 비꼬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고 ‘타르'의 의견이 더 맞다 생각합니다. 단순한 음악 수요자라면 저런 이유로 바흐의 음악을 안 들어도 되죠. 그러나 음악을 공급하는 연주자라면 공과 사는 구분해서 익혀야 한다 생각합니다. 신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신념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는데 제약이 된다면 옳지 않은 신념이라 생각합니다. 바흐를 배제하는 건 모든 경험을 다 흡수하고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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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케이트 블란쳇'의 매력에 한 층 더 빠질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녀의 연기를 통해서 우리는 ‘타르'를 응원할지, 아니면 등을 돌릴지 고민하게됩니다. 그녀의 오만함을 보면 등을 돌리게되지만 또 그녀의 음악적인 감각을 보면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서 영화에 더 몰입했던 거 같습니다. 넷플릭스에서 <타르>를 보시고 저와 같이 고민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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