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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색계>: 눈빛만으로 영화를 꽉 채우다

by 잼잼픽 202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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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다시, 사랑을 끝낸다. 1938년 홍콩, 친일파의 핵심 인물이자 정보부 대장인 이(양조위)와 그를 암살하기 위해 ‘막 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접근하는 왕치아즈(탕웨이). 둘은 처음 본 순간부터 운명 같은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지만 이의 상하이 발령으로 헤어지게 되고 암살 계획 또한 무산된다. 1941년 상하이, 다시 시작 된 암살계획으로 둘은 상하이에서 재회하게 된다. 경계를 푼 이, 그에게 다른 감정을 느끼는 왕치아즈. 이들은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평점
8.0 (2007.11.08 개봉)
감독
이안
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리홍, 고영헌, 탁종화, 하새비, 유은태, 가우륜, 전가락, 주지형

#색계

“나는 다이아몬드에는 관심 없어. 그걸 낀 당신의 손을 보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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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색, 계, 2007

IMDb: 7.5/10

yuntomato: 9.3/10

쿠키 영상: X

보러 가기: 시리즈온,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넷플릭스 등

같이 보면 좋은 영화: <헤어질 결심>, <얼라이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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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인 신뢰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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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친일파인 이 대장(양조위)을 암살하기 위해 왕지즈(탕웨이)는 ‘막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위장해 접근했으나 둘의 관계가 사랑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실타래처럼 엉키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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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양조위의 이 대장, 탕웨이의 왕지즈 캐릭터가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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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에게서 좋았던 건 조금씩 무너지는 남자를 잘 연기했다는 점입니다. 조금씩 무너진다는 건 감정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계심을 100%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1%씩 감소하면서 그 1%에 탕웨이를 채워갑니다. 탕웨이로 채워가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그 과정을 정사씬으로 보여주면서 관계가 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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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와 탕웨이가 서로 리드하려는 걸 볼 수 있는데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양조위 중심으로 관계를 가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변합니다. 키스를 하는 것에서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그녀가 먼저 키스를 주도하면 그는 키스를 뿌리치고 자신이 리드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녀가 리드하면서 관계를 이끌어도 그는 따라갔습니다. 처음에는 얼굴을 바라보는 키스만 했다면 이후에는 그가 누워있고 반대로 키스하는 탕웨이를 볼 수 있는데 그 장면에서 저는 그녀를 정말 많이 믿고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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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반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그는 “나는 다이아몬드에는 관심 없어. 그걸 낀 당신의 손을 보고 싶었지”라는 대사를 합니다. 이후 진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녀를 잃는다는 생각에 그는 다시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관심이 있을 때는 어떻게든 그녀를 보려고 했다면 마지막에는 처형 전에도 만나지 않습니다. 감정의 벽이 무너졌던 그가 벽을 쌓아 올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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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는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여기서 인간다움은 이성적으로는 아니지만 감정을 따르는 것이라 정의하겠습니다. 그녀는 저항군으로 양조위를 암살이라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성은 ‘암살'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양조위를 택하며 감정을 따르게 됩니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단어보단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뭘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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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감정이 사랑, 고마움, 인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대학생 신분입니다. 그녀는 피난 이후 대학교를 다니면서 로맨스를 경험하기도 전에 대의를 위해 위장 로맨스를 펼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경험하기 전에 그녀는 양조위에게서 사랑을 경험합니다. 자신을 점차 인간적으로 신경 써주는 것에서 감정을 느끼게 되죠. 그런 점에서 그녀는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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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가 그녀에게 느끼는 고마움, 안정감에 비해서 저항군이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진정성이 떨어지게 다가옵니다. 그는 ‘이 대장’으로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 ‘이’의 모습으로 접근하죠. 하지만 저항군은 ‘대의’, ‘국가’를 외치면서 사사로운 감정은 무시하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고민을 해소해 주는 방식으로는 틀렸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그녀는 저항군에게 “이러다가 사로잡히는 건 내가 되고 말 거예요.”라는 대사로 감정을 털어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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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다이아몬드 반지를 통해 자신이 한 여자로 사랑받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그녀는 그를 살려줍니다. “나는 다이아몬드에는 관심 없어. 그걸 낀 당신의 손을 보고 싶었지”라는 대사를 들으면서 그녀는 머릿속에서 ‘대의 VS 사랑'을 굉장히 고뇌하게 됩니다. 정말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연기가 너무 명연기라 보면서 제 감정도 같이 힘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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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 대사로 그녀는 그를 택하게 됐을까요? 자신이 그를 의심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생각합니다. 그가 그녀에게 봉투를 주면서 보석상에게 가라고 했을 때 저항군에게 공유하며 의심했습니다. 근데 정말 100% 순수하게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인걸 알고 그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를 의심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를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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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양조위가 악인이라는 감정이 크게 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연기를 못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 입장에서 중국인 친일파?라는 설정이 미묘하게 저에게는 겉돌면서 몰입에 실패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중국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독립운동과 친일파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 제 입장에서는 친일파 하면 조선인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서 이 대장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게까지 악독한 존재로 못 느껴진 거 같습니다. 저는 일제강점기, 2차 세계대전 영화를 많이 보면서 ‘조선인 친일파', ‘유대인 카포'와 같은 소재에 더 익숙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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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의도했겠지만 이 대장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악독한 행위를 행하거나 명령하는 장면은 크게 없습니다. 오히려 후반부 그도 친일파지만 일본군과 100% 융화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가 악인이라는 감정이 덜하다 보니 탕웨이가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것에 ‘안돼...’라는 안타까움이 감소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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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

영화를 보면서 참 역설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진심이고 주된 소속 집단이라 생각하는 곳에서는 도구 취급을 받고, 적이라 생각했던 존재와 신뢰를 쌓게 되는 게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왕지즈가 느꼈을 고뇌가 너무 머리가 아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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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감이 인간에게 주는 안정감 중에서 주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탕웨이는 저항군도 아니고, 친일파도 아니고... 계속해서 어느 한 군데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안정감을 양조위에게서 찾으면서 그를 택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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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상황에서 내가 적에게 사랑을 안 빠질 자신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는 아니요.라고 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는 인간이라 누군가와 정서적 교감이 필수적이니까요. 저도 그 상황에서 도망치라고 말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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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처형당하기 전에 탕웨이를 제외한 저항군들은 모두 기밀을 발설했고, 탕웨이만 끝까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반전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1차 저항군 활동 이후 2차 저항군 활동하기까지 나머지 저항군들은 계속 활동을 하면서 자칭 전문가들이라 실제론 기밀을 발설하면서 가장 나약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들 대의를 외치고 토론하지만 결국에는 겁에 질려 대의를 저버렸습니다. 하지만 대의와 사랑 속에서 고민하던 탕웨이는 한 번은 사랑, 한번은 대의를 지키며 가장 굳센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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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탕웨이와 양조위의 눈빛 연기에 2시간 38분이 순식간에 지나간 영화입니다. 베드씬이 워낙에 유명해서 보다가 부끄럽지 않을까 했는데 관계를 가지는 장면이 야하다기보다는 둘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 중에 하나로 보이면서 오히려 둘은 지금 어떤 감정일까를 고민하면서 봤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양조위라면? 내가 탕웨이라면?이라는 질문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감상하시면 높은 몰입도를 가지고 감상이 가능하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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