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오브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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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IMDb: 7.4/10
yuntomato: 8.4/10
쿠키 영상: X
보러 가기: 영화관
같이 보면 좋은 영화: <조조래빗>,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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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행에서는 개인과 단체를 분리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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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관리하는 독일인 가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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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
사운드트랙의 부재와 직접적인 현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사운드트랙을 통해 그 상황을 설명하거나, 감성을 고조시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사운드트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환경의 소리를 듣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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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장교인 ‘루돌프 회스’ 가족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서 생활합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정말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대화 주제도 전쟁, 윤리적인 고민은 하나도 없이 가십거리 및 업무 얘기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낚시도 가는 자상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영화는 사운드트랙과 수용소의 모습을 과감히 제거하면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분명 눈으로 보는 내용은 정말 화목하지만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는 소리지르거나, 총소리, 불태우는 소리 등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소리가 나오는 수용소의 모습을 일체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간접적으로 보여주죠. 사람들을 불태우고 뼈가루가 강에 흘러나오는 장면, 활활 연기가 나오는 굴뚝을 보여주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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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무리 ‘저 가족들은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 집안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봐도 중간중간 가족들의 평화로운 삶에 스며들게 됩니다. 그러나 곧바로 상황에 맞지 않은 소리나 불타는 굴뚝을 보여주면서 다시금 거리를 두게 만듭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이 그런 가정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주인공에게 몰입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감독은 우리를 끌어들이면서 불편한 사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저런 비명 소리, 총소리가 들리는데 놀라지 않고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보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복적인 일상이 된다면 나도 저러려나...?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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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거리]
아마 많은 분들이 ‘악의 평범성’을 생각났을 겁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용어로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고 평범하게 행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죠. 근데 저는 여기서 제 개인적인 경험을 추가해서 ‘악행에서 개인과 단체가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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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을 짧게 요약하자면 지인이 홍콩 민주항쟁으로 경찰에게서 숨어있을 때 경찰 한 명이 지인이 숨어있는 곳으로 오더니 ‘지금은 경찰이 많으니까 몇 시간 뒤에 나와라’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 경찰을 만약에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다면 서로 생각이 비슷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라는 포지션에 있다 보니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 얘기를 하면서 절대로 홍콩 경찰 및 나치 등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단체에 속한 개인에게는 생각보다 제한된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것도 고려하면 좋겠다는 뜻에서 얘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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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솔직히 저는 단체와 맞설 용기가 없습니다. 성향 자체가 ‘좋게 좋게~’라는 성향이다 보니 그 상황에서도 모두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악행을 앞장서고, 적극적인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목숨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제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항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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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정말 ‘아우슈비츠’라는 소재를 이렇게 묵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영화는 손에 꼽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2차 세계대전을 넘어서 현재의 러-우,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등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평화로운 건 아니니까요. 속히 두 전쟁 모두 끝나고, 앞으로 전쟁이 없는 세계가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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